[초청]의료 민영화 무엇이 문제인가? 1.렐만 하버드 의대 명예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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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산경실련 작성일09-04-03 14:18 조회6,200회 댓글0건본문
이명박 정부들어 민영화의 물결이 거세다. 그 대표적인 물결이 의료 민영화이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촛불이 꺼지지 않았던 것은 단순히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반미 감정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MB 정부의 의료민영화, 수돗물 민영화, 교육문제 등이 촛불을 밝혔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이제 촛불이 꺼지고 세상이 어두워졌다고 생각한 한국 정부는 지난 3월 13일 '의료서비스 산업 선진화를 위한 토론회'를 열고 의료 민영화 재추진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에 의료서비스 민영화의 문제가 무엇인지 '경향신문'에서 취재한 기사를 발췌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 1. 미국모델, 그 파국적 종말 ㆍ렐만 하버드의대 명예교수 인터뷰
아널드 S 렐만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 명예교수(86·사진)는 의사이자 의학잡지 편집인으로서 민영화된 미국 의료 체계의 근본적 개혁을 위해 다양한 사회활동을 해온 활동가이기도 하다. 1946년 컬럼비아 의과대학 졸업 후 보스턴 의대와 펜실베이니아 의대, 하버드 의대 교수를 지냈다. 77년 세계적으로 저명한 의학잡지인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의 편집장을 역임하면서 본격적으로 미국의료제도의 개혁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캐나다 상원의 사회·과학·기술위원회에서 영리의료체제 도입의 문제점에 관해 증언하는 등 미국의 전국민 의료보험제 도입과 상업적 의료제도의 개혁을 위한 강연과 저술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그의 저서 <시장과 이윤을 넘어선 미국의 전국민 의료보장을 위한 계획>이 국내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경향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미국 의료체계의 위험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 교수님께서는 미국 의료 민영화 정책을 수정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왜 그런 활동을 하게 됐습니까.
“77년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 편집장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투자자들로 구성된 민간 기업이 비영리 공공 의료 기관을 대체하거나 공적 기관과의 경쟁을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보건의료체계가 환자의 진료에 전념하는 전문적 서비스에서 수지 맞는 경쟁시장으로 변하고 있었던 거죠. 이로 인해 미국의 의료 보험료가 늘 것은 자명했고 의료 기관의 서비스 또한 줄어들 것이 분명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이런 현상에 대해 공공연하게 의견을 제시한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나라도 대중과 의료계에 이 사실을 주지시켜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미국 의료 민영화의 폐해 중 가장 큰 문제로 꼽는 것은 무엇입니까.
“시장 논리에 따라 운영이 되기 때문에 의료 서비스가 너무 비싸고 비효율적입니다. 돈이 없는 빈곤층에게는 불공정한 일이죠. 의료 민영화 체제에서는 의료진이 환자의 건강과 안정을 우선시한다기보다는 경제적인 이익을 우선합니다. 의료업 종사자들의 윤리적인 기준을 무너뜨린다는 점도 심각한 일입니다.”
- 미국의 의료보험 민영화에서 이익을 보는 쪽은 누구인가요.
“의료보험이 단순히 시장 소비재가 되면서 돈있는 사람들만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습니다. 대신 돈 없는 사람들은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점점 더 많은 부분에서 민영화가 됐는데 그 사이 의료보험 없는 사람들의 수도 늘어났습니다. 비싼 돈을 내고 개인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사람들조차 어려움을 겪었죠. 민간 보험회사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보험 가입자들이 비싼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꼭 필요한 수술이나 약인데도 막았던 거죠. 수술 비용이 비싸면 그 수술을 못받도록 갖은 수를 썼어요. 당연히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사람들의 병은 더 악화됐죠.”
- 왜 그런 문제 많은 의료 민영화를 하게 된 걸까요.
“투자자들은 미국 의료 민영화라는 대안이 나왔을 당시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들은 민영화가 됐을 때 보험 업계에 엄청난 돈이 들어오리라는 것을 알고 그것을 좋은 기회로 봤던 거죠. 바로 이들이 의료 민영화를 주도했습니다. 정부의 수동적인 대응은 의료보험이 민간 산업으로 전환되는 상황을 더욱 부추겼습니다. 당시 민영화에 반대한 이들은 나를 포함해 소수였어요. 반면 자유 시장 논리에 따라 의료 서비스업계를 지지한 쪽은 정부를 포함해 기업, 경제 관계자 등으로 훨씬 많았습니다. 수적으로 대항할 수 없었죠.”
- 민영화 이후의 미국 의료제도는 아파도 비싼 의료비 때문에 병원에 못가고, 의료비 때문에 파산하는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왜 이것을 바로잡지 못하는 걸까요.
“현 미국 의료 민영화 시스템에서 국민들은 피해를 보고 있지만 보험회사와 제약회사들은 많은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이들이 지속적으로 로비 등의 활동을 통해 미국 정부가 현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것을 막고 있기 때문이죠.”
- 그러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런 의료보험 체계를 개혁할 수 있을까요.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도 의료보험이 필요한 사람들을 지원할 재정을 마련하자고 의회를 설득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개혁 방향은 높은 의료비를 규제하고 의료보험 및 의료 서비스 전달 체계를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둘 것입니다. 하지만 의료 민영화로 이익을 얻는 집단이 가진 경제적인 힘이 막강하기 때문에 개혁이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나는 전국민 의료보험 제도가 뿌리내릴 수 있다고 믿어요.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미 의회와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의 결단이 있으면 가능한 일입니다.”
- 미국 의료 서비스는 어떻게 바뀌는 게 좋은가요.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의료비를 지원하는 ‘통합된 국가적 보험 계획’입니다. 빈곤층에는 정부 보조금으로 의료비를 지원해야 해요. 의료진은 1차 진료 서비스 공급자 및 전문가와 함께 다양한 의료 분야 전문가로 이루어진 비영리 그룹으로 조직되어야 합니다. 임금도 이 그룹을 통해 지급받아야 해요. 병원 및 외래 환자용 시설은 의사 그룹에 할당된 기금으로 운영하고 서비스 비용은 정부가 맡도록 하는 겁니다. 요양 기관이나 만성 질병 또는 재활 병원과 같은 장기 서비스 제공 기관은 정부 예산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그래서 모든 의료 시설은 비영리 기관이 되는 겁니다.”
- 한국은 최근 미국 모델을 따라 의료보험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여러 심층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민간 의료보험 및 의료 서비스는 공공 또는 비영리 민간 기관에 비해 비용이 더 비싸면서 서비스 질은 그에 부응하지 못합니다. 의료 서비스 질을 조사해본 결과 민간 영리 시설은 비영리 기관의 시설보다 우수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더 낮은 경우도 있었어요. 의료 민영화가 더 큰 의료 혜택을 가져다 준다는 논리는 증명된 바 없는 이야기입니다. 이익을 추구하는 민간 의료보험 기업은 자신들의 이윤을 추구하는 데 골몰하고, 서비스에서 파생되는 더 비싼 행정 비용은 국민에게 떠넘겨지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국민이 제대로 된 의료 혜택을 입을 수 있겠습니까. 의료 보험 민영화 추진은 절대 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경향신문 . 2009. 4.3. 8면 ' 유희진기자 worldh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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