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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것과 버리는 것을 생각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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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진구 작성일08-06-09 15:29 조회6,5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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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것과 버리는 것을 생각할 때---
- 100일 지난, MB정부를 생각하며 -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나고 있다. 10년 만에 좌파정권으로부터 되찾았다던 정권이
100일도 안 돼 위기에 봉착했다. 그 위기의 탈출구도 쉽사리 보이지 않을 듯하다.  참여정부의 어
설픈 국정운영과 개혁에 대한 피로감, 양극화의 심화와 서민들의 생활고가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
하게 했지만, 그 선택은 선택한 자와 선택받은 자 사이의 생각의 불일치로 나타났다.

 작년 12월, 국민의 선택은 어려운 경제를 살려달라는 것이었다. 이명박 후보는 가난한 집에서 어
렵게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이었기에 서민들의 고통을 이해할 줄 알았다. 그 가난을 딛고 성공한
사람이었기에 어려운 우리경제를 반석위에 올려놓을 것이라 믿었다. 도덕적으로 여러 의혹이 제기
되고, 누가 보아도 문제가 많아 보였지만, 일 하나 만은 “똑” 부러지게 해 낼 줄 알았다.

 그런데 큰 오판이었다. 어려운 경제를 살려달라는 것이었는데, 나라 경제와 무관한 자기들만의 치
부에 능력을 보인 “강부자”내각에 “고소영” 참모들만을 중용했다. “돈 많은 게 죄는 아니다”라고
했지만, 국민들 생각엔 열심히 일에서 돈 번 게 아니라, 열심히 투기해서 돈 번 사람이 장관까지 하
겠다는데 기가 찰 노릇이었다. 일 잘할 것이라고 허물을 덮어 주었더니, 이젠 주변 참모들까지 허
물 있는 인물들로 채우려 했다.

 자기보다 허물 많은 사람이 주위에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자신의 허물은 상대적으로 별거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는지?

 경제를 살려 달랬더니, 대기업만 살리겠다고 나섰다. 국민을 섬기는 ‘머슴’이 되겠다고 하더니, 미
국을 섬기는 ‘머슴’이 되어 돌아왔다. 국민들이 반발하자, 뭘 잘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했다. ‘소통’
을 강조하면서, 일방적으로 설득만 하려고 한다.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불러 놓고 여론을 수
렴한다고 한다. 시국 수습이 아니라, 시국을 더욱 악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닌 가 싶을 정도
다.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자만심 때문일까?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주위 장관이나 참
모들도 전부 대통령만 바라보는 ‘해바라기’로 만들었다. 촛불문화제가 반정부 집회로 바뀌는 듯한
이 와중에도 ‘대운하’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간 큰 장관이 나왔다. 국민들의 마음을 읽고 목소리를
들으려는 자세는 보이지 않고 대통령만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정권을 10년 동안 빼앗겼다 되찾았는데, 그 10년 동안 빼앗긴 것은 정권만이 아닌 모양이다. 국민
들의 마음과 변화된 민주주의, 사회문화 전반을 이해하는 관점과 인식까지도 누군가에게 빼앗긴
것 같다. 잃어버렸다던 10년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는 없이, 10년 전으로 되돌리려고만 하는 모양
새다.

 참여정부에서는 나서는 사람이 노무현 대통령 밖에 없었다. 장관이나 참모가 나설 법 한 일도 대
통령이 직접 나섰다. 일이 잘 안 되니, 모든 게 노무현 탓이라고 했다. ‘놈현스럽다’는 말도 유행했
다. 국민들도 모든 게 노무현 탓이라고 했다. 심지어 애인으로부터 외면당해도 노무현 때문이라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지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못 구해 생긴 일이라고 생각하
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명박 정부는 스스로 ‘이명박 탓’을 자초하고 있다. 과거 ‘회전문 인사’라는 말이 있었다. 과거 정
부에서는 야당 측 인사나 재야인사를 중용하는 ‘포용력’이 발휘되는 인사도 간혹 있었다. 그런데,
참여정부에 와서는 측근들 위주로 돌아가면서 자리를 차지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참여정부 때
의 자기 측근 심기가 더 극심해진 것 같다. 시쳇말로 ‘회전문 인사’까지 닮아 갈 지 지켜볼 일이
다. 

 대통령은 자기를 지지한 사람만의 대통령이 아니다.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다양하
고 차이나는 여러 의견을 들을 뿐 아니라, 갈등과 혼란을 정치적으로 통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서는 다양한 인사의 등용이 요구된다. 이명박 정부가 실패하기를 바라는 사람만 아니라면, 능력 있
고 다양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을 기용해야 한다. 자기 혼자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요즘 인기가 대단하다. 김해 봉하마을을 찾는 사람이 아주 많다고 한다. 대통
령일 때는 지지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좋아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다른 전직 대
통령과의 차별화가 성공한 것인지? 지난 추억은 왠지 아름답고 좋아 보이는 경향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 대한 평가는 냉정해야 한다. 그것이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의 시국을 낙관하지 않았으면 한다. 지
금 국민들의 반대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는 판단은 지금의 시국에서는 전
혀 어울리지 않는다. 10년 전에도 통하지 않던 사고방식이 지금 통할 리 만무하다. ‘지는 것이 이기
는 것이다’, ‘버려야 취할 수 있다’는 말을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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