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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투기 조장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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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대래 작성일06-12-02 21:33 조회4,7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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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럼] 투기 조장하는 사회
수도권 아파트값 '광란'
무너진 지방 집값 어쩌나

                      ** 김 대 래 [부산경실련 정책기획위원장/ 신라대 국제비즈니스학부] **
 
대중음악에도 그 시대의 사회상이 녹아있다. 예술적 감성의 예민함 때문에 종종 시대에 앞서 모습
을 드러내는 노래에서 세상의 흐름을 미리 읽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1982년에 윤수일이 불러
히트를 했던 '아파트'도 그 중의 하나다. 누가 오늘날 한국사회의 모든 것을 담아내는 공간으로서
아파트를 예측했겠는가.

'아파트'가 나왔던 1982년에는 아직 아파트가 만개한 시기는 아니었다. 1970년대 후반 서울 강남
의 개발과 함께 이제 막 각광을 받기 시작했던 무렵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아파트'는 도시
인구의 급증과 이른바 강남식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시기에 나온 새로운 시대의 노래였던
셈이다.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바람부는 갈대숲을 지나'는 대신 하늘조차 보기 어려운 아파트들이 도
시를 메웠지만, 어쨌든 아파트는 순식간에 한국을 뒤덮었다. 그러면서 아파트는 한국사회를 이해
하는 가장 중요한 코드의 하나가 되었다. 그런데 이 아파트가 문제다. 서울의 강남을 중심으로 치
솟고 있는 아파트 가격이 수도권 전체로 확산되면서 거의 광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광기에 가까운 아파트 가격의 급등은 쉽게 없어질 것 같지 않다.
수도권 집값을 잡는 것이 어려운 것은 그 진원지가 다름아닌 강남이기 때문이다. 강남은 지금 한국
을 움직이는 중심이다. 강남은 한국의 표준이며, 그 모델은 전국으로 퍼지면서 복제판을 만들어내
고 있다. 부산의 센텀지역과 대구의 범어일대도 강남의 짝퉁이다.

짝퉁은 강남처럼 다른 지역과 자신을 차별화시키지만 한편으로는 강남을 동경한다. 최근의 지방부
자들의 강남입성 흐름은 바로 그러한 열망의 소산이다. 게다가 그러한 강남입성이 또 다시 돈까지
벌게 해주지 않는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지역에 풀린 자금이 다시 서울로 역류하는 현상도 바
로 그 때문이다.

시장은 효율적이긴 하지만 당면한 문제를 항상 잘 풀어내는 것은 아니다. 시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근엄하지도 않다. 물건을 사고 파는 기구인 시장은 점잖은 타협보다는 노골적인 욕
망의 부딪힘이 더 강한 곳이다. 어떤 욕망이 우세한가에 따라 시장의 흐름이 결정된다.

교육과 문화 그리고 삶의 양식에서 한국사회를 선도하는 강남모델은 그 뛰어난 성취와 화려함으
로 인해 그 영향력을 더욱 강화해 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수도권 전체의 땅을 풀어 수백만 채의 아
파트를 지어 강남을 엿먹이겠다는 깡다구가 아니라면 시장의 욕망을 충족시켜 집값을 잡는다는 것
은 거의 불가능하다.

설사 수도권을 통째로 아파트 단지로 만들어 집값을 잡았다 하더라도 그 대가는 지방의 공동화를
담보로 한 것일 것이다. '서울의 집값 지방으로까지 확산' 등과 같은 자극적인 제목들이 더러 보이
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강남을 닮은 몇몇 짝퉁지역에서일 뿐이다. 아직은 노골적으로 드러
나고 있지는 않지만 조만간 지방에서는 집을 팔지 못해 야단일 것이다.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해 분개를 하고 호통을 치는 것은 우리 아니라도 할 사람들이 많
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살고 있고 또 끊임없이 수도권 진입을 노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
니까. 그 보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일은 산꼭대기 집부터 비어 내려오게 될 빈집의 위협이다.

언제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가격이 몇 달 사이에 배로 오르는 행운(?)을 누릴 수 있을
까. 미래의 집값을 생각한다면, 지금 수도권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 주범의 누명을 쓰고 있는 투기
꾼들에게 '어서 여기 투기하러 오세요'라고 소리치고 싶은 것이 지방에 살고 있는 서민들의 솔직
한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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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2006. 11. 30일자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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