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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먼저 가르쳐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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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대래 작성일06-09-11 20:29 조회4,3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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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럼] 먼저 가르쳐야 하는 것

              ** 김 대 래 [부산경실련 정책기획위원장/ 신라대 국제비즈니스학부] **

 
수시 1학기 대학입시 지원이 며칠 전 끝났다. 전공별로 학생들의 지원율을 살펴보면서 입시 때마
다 확인해 보는 것이 있다. 경제학에 대한 학생들의 선호도는 얼마나 될까. 혹시나 하고 찾아보지
만 역시 기대 이하다.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을 잡고도 매년 물어본다. 왜 경제학의 선택을 주저하
느냐고.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어렵잖아요."

매년 똑같은 답을 들으면서 펼쳐본 고교 경제교과서에서 사정을 약간은 이해할 수 있었다. 대학 1
학년을 대상으로 한 경제학원론 강의에서도 가끔 생략하고 넘어가는 내용들이 무슨 대단한 이론처
럼 고교 교과서에 실려있다. 경제학적 사고의 훈련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겁부터 주는 것
들. 그래서 경제학은 어려운 것이고 재미없는 것이라는 선입견이 만들어지는가 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경제교육의 중요성은 더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기간이 길어지면
서 돈을 벌기도 전에 엄청난 소비흐름 속으로 먼저 포섭되는 것이 오늘날 청소년들의 모습이다. 한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다른 손은 MP3 플레이어에 가 있는 청소년들이 용돈의 범위 내에서 소비생
활을 하지 못한다면 그 뒷감당으로 부모들은 골병이 들 것이다.

그래서 경제교육은 조기에 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갖고 다가온다. 더욱이 엄청난 속도로
진전되고 있는 시장화의 흐름을 감안할 때 경제관념을 얼마나 빨리 익히느냐에 따라 훗날 소득을
만들어내는 능력에 차이가 생길 가능성도 커진다. 부자가 되는 것이 인생의 중요한 목표로 거침없
이 내세워지는 상황에서 아이를 부자로 만드는 교육에 부모 또한 동의하지 않을 리 있겠는가.

그러나 경제교육이 이처럼 항상 일상적인 것으로 나타나는 것만은 아니다. 알뜰하게 쓰고 훗날 부
자가 되자는 교육이라면 크게 어려울 것도 없고 반대할 사람도 있을 수 없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중등 경제교과서가 뜨거운 논쟁이 되고 있다. 경제단체 및 이들과 생각을 같이하는 이른바 우파 경
제학자로 불리는 사람들은 현재의 교과서가 반시장적이고 반기업적이기 때문에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단체에서는 이미 고교 경제관련 교과서를 검토하여 고쳐야 할 수십 곳에 밑줄을 긋
기도 하였다.

이에 대해 소위 진보적 진영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지금도 경제교과서는 충분히 시
장적이라고 반박한다. 대부분의 교재내용이 시장의 작용과 연관된 것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반시
장적이라는 비난은 옳지 않으며 오히려 지나치게 시장지향적이라는 것이다. 가치판단의 문제다.
경제학의 이름으로 이론을 가르치는 것이지만 그 이론은 단순한 이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에 대한 가치와 태도 또한 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론이 갖는 이러한 성격은 물론 다른 분야에서
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과학이라는 커튼을 살짝 걷고 보면 그 뒤에는 엄청난 가치지향적 요소들
이 스며있는 것이다.

결국 자본과 노동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가 가치관의 근본이다. 미국처럼 모든 것을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해결할 것인지, 아니면 정부를 매개로 기업과 노동의 사회적 책임이 적
절히 나눠질 것인지가 핵심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사실상 아시아적 가치는 무너
져버렸는데,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새로운 틀을 아직 만들지 못하고 있다.

전국을 달구었던 포항 전문건설노조의 포스코 본사 점거 농성이 노조의 완패로 막을 내렸다. 언론
의 뭇매와 돌아선 여론이 더욱 노조원들의 힘을 뺐던 농성이었다. 근년의 굵직한 시위들이 공권력
의 권위를 심하게 건드리면서 정부의 대응에 국민들이 힘을 실어주었던 것도 작용을 하였다.

그러나 한걸음 물러서 바라보면 남는 것은 답답함과 안타까움이다. 문제의 근원을 함께 찾고 해결
해 보려는 관용과 타협의 정신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사회가 선진화된다는 것, 그것은
타협을 통한 갈등의 해소로 생산성을 높여가는 것을 말한다. 절약을 가르치는 것도 좋고, 시장과
기업의 역할을 제대로 인식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함께 사는 세상의 타협과 양보를 먼
저 가르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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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2006. 7. 27 일자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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