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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월드컵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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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대래 작성일06-07-01 20:56 조회4,3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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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럼] 월드컵 코드
 
                    ** 김 대 래 [부산경실련 정책기획위원장/  신라대 국제비지니스학부]**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근대사회의 핵심조직으로 주저없이 공장을 꼽는다. 근대사회를 연 주체
가 공장일뿐더러 공장은 오늘날 거의 모든 조직의 골격을 이루는 기초원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실
제로 우리 주위의 많은 조직들을 돌아볼 때 공장의 원리가 투영되어 있음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옛날 왕궁에서는 왕이나 귀족을 위해 음악을 연주하는 소수의 음악인이 있었다. 듣는 사람이 한정
되어 있고 가까이에 있었기 때문에 많은 음악인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후 대중들에게 한꺼
번에 음악을 들려주는 시대에는 악기가 한자리에 모일 필요가 있었다. 관객의 수가 많아지면서 관
현악단이나 교향악단이 발전해 간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많은 악기가 한자리에 모여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마치 수공업이 공장으로 발전해간 것과 유사하
다. 공장은 대량생산을 전제할 때 의미가 있다. 그리고 한꺼번에 많은 것을 생산하는 효율성을 추
구하는 공장의 핵심원리는 바로 분업과 협업에 기초한 효율화이다. 여기서는 우선 각자가 자신이
맡은 임무를 가장 숙련되고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공장제 시대의 효율에 새로운 기원을 연 것이 1910년대 미국의 포드자동차였다. 콘베이어
벨트를 도입하여 철저하게 일을 잘게 나누고 분업화함으로써 엄청난 생산성의 향상을 가져왔다.
한동안 포드자동차에서 개발된 이 길게 늘어선 자동화된 조립라인의 효율성은 자본주의 생산의 교
과서로 군림하였다.

그러다 근년에는 한 사람이 여러 부문의 일을 동시에 맡는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기술의 변화가 전제되어 있는 것이지만, 이에 따라 사람들은 한 부문에서의 숙련을 넘어 여
러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갖출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또 그에 따라 길게 늘어섰던 조립라인도 짧
아지는 경향으로 돌아서고 있다.

공장에서 전형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이러한 조직과 원리는 근대 스포츠에도 그대로 투영되어 있
다. 지금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월드컵 경기 또한 그러한 근대성의 진화에서 예외일 수 없다. 대부
분의 스포츠들이 그러하듯이 축구가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갖춘 것도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특히 선수 각자가 맡은 위치가 있고 그 위치에 따른 철저한 분업에 따른 협력을 통해 득점이라는
생산을 올리는 시스템은 근대 축구의 발전에 따라 오랜 기간 진화해온 산물이다. 그에 따라 수비수
와 공격수 그리고 중간허리를 담당하는 선수들의 숫자도 끊임없이 바뀌었다. 효율적인 분업방식
을 찾는 실험이었던 셈이다.

호주 국가대표팀을 맡아 월드컵에 참가하고 있는 히딩크 감독으로 인해 우리에게 익숙해진 압박축
구는 선수들간의 분업방식에 획기적인 변화를 준 시스템이다. 압박축구에서는 각자가 맡은 위치만
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선수 모두가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각자가 다른 사람의 위치를 소화
해 낼 수 있다면 운동장을 더 넓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고 또 운동장 중간에서의 강한 압박으로 주
도권을 잡을 수 있다.

오늘날 대세가 되어 버린 이 압박축구의 등장은 공장의 진화와 너무 닮아 있다. 20세기를 지배했
던 포드자동차의 포디즘은 후반기에 들어와 쇠퇴의 조짐을 보이면서 새로운 생산시스템에 자리를
내어주었는데, 그 새로운 생산시스템에서는 고도의 분업보다는 통합을 효율의 원천으로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그에 따라 지나치게 잘게 쪼개기보다는 여러 부문을 동시에 다룰 수 있는 다부문 숙련
을 중요시하는 흐름이 등장했다. 공장에서의 다부문 인재는 다름아닌 압박축구의 멀티플레이어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을 통해 세계는 그간 새롭게 발전된 기술과 전술 등을 한꺼번에 확인하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된다. 승리를 가져다 준 전술과 기술은 곧 세계로 확산되어 갈 것이고, 새로운 시
스템으로 정착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생산기술이 개발되어 퍼져가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더욱이 의미심장한 것은 공장이나 스포츠와 같이 전혀 다를 것 같은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시스
템 진화의 놀랄 만한 유사성이다. 그런 점에서 월드컵도 하나의 코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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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6. 15일자 국제신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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