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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한미FTA, 천천히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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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대래 작성일06-04-14 22:10 조회4,3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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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럼] 한미 FTA, 천천히 가자

                        ** 김 대 래 [부산경실련 정책기획위원장 / 신라대 국제비즈니스학부] **
 
 
과학적이라는 말에는 어떤 위엄이 있다. 객관적인 자료와 산뜻한 논리를 갖추고 있는 이론에서 일
반 사람들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어떤 두려움을 느끼기 십상이다. 그러나 객관성을 앞세우는 이론
들이 항상 객관적인 것은 아니다. 일정한 상황을 전제하고 만들어지는 이론의 속성상 객관성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시장에 대한 신화가 대표적인 예의 하나다. 시장은 효율성을 높이는 가장 좋은 기구이지만 이 시장
으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 또한 만만찮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을 기본적으로 옹호하
면서도 가끔은 시장의 무한질주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얘기들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와 갑자기 듣게 된 가장 큰 경제적 사건의 하나는 단연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추
진이다. 어느날 갑자기 발표되는가 싶더니 내년 초로 타결 시한이 못박힌 채 급속도로 달려갈 채비
를 하고 있다. 협상의 전제로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고 스크린쿼터를 줄인 것이 얼마전이다. 유명
인기 연예인들이 1인 시위를 벌이는 모습에서 영화시장 개방문제는 꽤 넓게 인지되었을지 몰라도
더 큰 문제는 제대로 논의되고 있지 않다.

미국과의 FTA 추진을 앞두고 정부가 펴고 있는 논거도 예의 그 과학적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 미
국과 자유무역을 하면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니 이익이라는 주장이다. 영
화나 농민들이 일부 손해를 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이득이 더 크니 문제가 될 게 없다는 논리이
다.

이익이 더 크다는 정부의 논리를 받아들인다 해도 내년 초까지 서둘러 매듭지어야 한다는 것을 국
민에게 설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리가 FTA 체계를 맨 처음 맺었던 칠레와의 협상에서도 타결까지는 2년이 걸렸다. 칠레와 우리
는 산업구조나 수출품에서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사실 이해상충이 크지 않았다. 그런데도 세부적
인 이견의 조정에 2년이 걸린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의 협상에서는 논의해야 할 것이 아주 많다. 스크린쿼터를 협상의 전제로 내세웠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은 일반적인 상품을 넘어 우리의 제도나 문화와 같은 영역까지 협상의 의
제거리로 제시하고 있다. 한마디로 전방위적 시장개방을 주문하면서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협
상을 하지 않겠다는 식인 것이다.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있는 협상은 개별사안 하나하나에 많은 시간이 들어야 하는 어려운 문제들
이다. 때문에 서두르게 된다면 문제점들을 제대로 집어내지 못하고 많은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
다. 더욱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칠레와 맺었던 FTA와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무엇보다 동
북아에서의 새로운 질서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무역구조의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최대 무역상대국이 일본과 미국에서 중국으로 몇 년전에 바뀐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경제적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성장축은 태평양에서 서해안쪽으로 이미 상당히 옮아간 것이 현실이다. 이것
은 우리경제의 성장기반과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동북아 경제질서가 큰 변화를 보이고 있는 시점
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에 맞게 우리의 대외교역 질서를 구축하고 그 속에서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와 함께 문화자산을 무역 앞에 모두 열어버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시장을 신봉하는 근
대 경제학을 지배하고 있는 미국의 일부 경제학자까지 스크린쿼터의 축소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것을 비판하고 문화의 다양성을 지지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서둘러 매듭지으려는 자
세는 매우 위험하다. 하나하나 이슈를 공개하고 활발히 국내에서 토론을 하면서 국민적 합의를 거
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우리의 소득이 늘어나고 일자리가 많이 생긴다는 예의 그 과학적인 논리를
정부는 앞으로도 꾸준히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앞뒤를 이리저리 재보지 않은 막연한 집
착은 훗날 우리에게 많은 희생을 요구하면서 뒤늦게 통계적 장난이었다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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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4월6일자에 실린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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