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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세계화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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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장표 작성일05-12-07 09:43 조회4,4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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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세계화의 두 얼굴

                      ** 홍 장 표 [부산경실련 서부산권특위위원/ 부경대 경제학부] 
 
 
세계화가 시대의 화두가 된 지는 오래다. 상품과 자본이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하고 각 나라
의 경제가 점차 통합되어 가는 이른바 세계화의 충격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국
내 시장을 보호하는 장막을 걷고 문을 활짝 열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만든 제품이 시장에 넘쳐
나고 우리 주위의 기업들도 더 넓은 시장과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
이번 APEC 정상회의 개최로 부산이 세계화 논의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APEC 정상회의에서는 역
내 무역과 투자 자유화 달성을 위한 부산 로드맵이 채택되었다. 그리고 세계무역기구 특별 성명으
로 관세인하와 보조금 감축 협상을 진전시킬 것을 결의하였다. APEC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모여
세계화가 공동의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다시 확인한 것이다.

세계화는 과연 우리에게 그와 같은 혜택을 가져다줄 것인가? 그동안 많은 경제학자들은 세계화가
가져다줄 축복에 대해 말해 왔다. 경제를 개방하여 국제무역을 늘리고 외국자본을 더 많이 받아들
이면 투자가 촉진되고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이런 생각은 1980년대 이후 선
진국에서 시작되어 '워싱턴 합의'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로 급속히 퍼져 나갔다. '워싱턴 합의'란 국
제통화기금,세계은행,워싱턴의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서 개발도상국에 대해 미국식 시장경제를 모
델로 채택하도록 합의한 것인데,여기에는 정부 규제의 축소,공기업 민영화,외국자본에 대한 제한
철폐,시장개방과 자본자유화가 포함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세계화의 성과는 그다지 만족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세계화의 그늘이 세
계 곳곳에 드리워져 있다. 세계화가 추진된 후 선진국과 후진국,부자와 빈자의 격차는 커져 갔다.
특히 선진국 경제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개방과 자유화를 추진한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불안정한
국제금융시장으로 금융위기에 빠져 들었다. 아르헨티나와 인도네시아 등 '워싱턴 합의'를 충실하
게 따랐던 국가들은 그 대가를 톡톡히 지불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화에 대한 불만과 반대의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1999년 시애틀에서 시작된 반세
계화의 물결은 수십만명이 참가하는 세계시민운동으로 발전하여 세계화의 불안과 불만을 호소하
였다. 이번 APEC도 예외가 아니었다. 반세계화를 외치는 시민단체들은 APEC의 선언은 외국 자
본의 이윤보장,빈부격차 심화 선언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그리고 농민과 노동자들은 이 선언이 쌀
협상과 비정규직법안 국회통과를 부추긴다며 격렬하게 저항하기도 하였다.

세계경제와 통합해 가면서 고도성장을 달성해 온 한국경제는 한때 성급한 세계화로 커다란 시련
을 겪기도 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조급하게 이루어진 금융시장 개방으로 외환위기를 맞았고 우리
경제와 시민의 삶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APEC이 양극화 문제 해
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하였다.

APEC 개최 기간에 많은 시민들은 세계화는 선이며 축복을 가져다준다는 주장과 세계화는 재앙이
라는 서로 다른 목소리가 충돌하는 것을 혼란스럽게 지켜보았다. 하지만 세계화는 날개 달린 천사
도 뿔 달린 괴물도 아니다. 세계화는 성장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빈곤의 덫이 될 수도 있다. 야누스
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세계화이다. 그래서 세계화 역시 우리가 주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열린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전문가들은 개방 이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의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자
국의 주권과 이익을 내세우면서 독자적인 프로그램에 따라 세계화를 점진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이런 중국의 전략을 '워싱턴 합의'와 대비시켜 '베이징 합의'라 부른다. 세계화를 지혜롭게 관리한
것이 중국이 성공한 핵심요인인 것이다. 중국의 사례는 단순한 개방과 자유화가 아니라 외국자본
유치와 함께 이를 관리하고 조절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주고 있다. 세계화의 혜택을 효
과적으로 누리기 위해 자유화와 개방의 수위를 조절하는 한편 세계화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갈등
과 대립을 어떻게 슬기롭게 조정하는가가 APEC이 끝난 지금 우리에게 남은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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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05. 11. 25 일자에 실린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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