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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먹튀'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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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장표 작성일05-11-12 18:13 조회4,4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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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먹튀'를 아십니까?

                      ** 홍 장 표 [부산경실련 서부산권특위 위원/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 **
 
 
  프로 스포츠 세계엔 '먹튀'라는 은어가 있다. '먹고 튄다'의 줄임말인데,거액을 주고 영입한 선수
가 몸값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먹튀 선수'라 한다. 2002년 텍사스와 5년간 6천500만 달러라는 거
액에 계약을 맺었지만 이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던 박찬호도 '먹튀' 명단에 들어간다. 이런 '먹
튀'라는 말이 스포츠계뿐 아니라 경제계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펀드 가운데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도 세금 한 푼 안내는 펀드가 '먹튀 펀
드'이다. 얼마 전 세금포탈 혐의로 외국계 투자펀드가 당국에 적발되었는데,론스타,칼라일,골드만
삭스,에이아이지 등 세계적으로 이름난 투자회사들이 포함되어 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런 외국계 펀드들이 올린 차익만 5조원을 넘는데도,조세피난처를 이용하는 수법으로 세
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던 것이다. SK와 경영권 다툼으로 재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지만 올해 초
SK 주식을 전량 매각하고 철수한 소버린자산운용의 행태도 '먹튀'에 해당된다. 이들은 1천억원을
투자해 무려 8천억원에 이르는 엄청난 이득을 챙겼다. 최근 브릿지증권 매각과정에서도 '먹튀' 논
란이 재연되고 있다. 브릿지증권의 대주주인 외국계펀드가 유상감자와 배당을 통해 투자자금의 상
당부분을 회수한 뒤 마지막 수순으로 회사를 매각하고 빠져나가려 한다는 것이다.

  물론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덩샤오핑의 말처럼 국민경제에 보탬이 된
다면 외자든 내자든 굳이 따질 필요는 없다.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가 급전이 필요했던 만큼 외자
를 끌어들이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에 정부가 각종 특혜를 약속하면서 외자유치에 매달릴 수밖
에 없었다. 또 외환위기 이후 유입된 외국자본이 기업구조조정을 촉진시키고 금융산업의 재건에
도움을 준 면도 적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외환위기 때와 사뭇 다르다. IMF 경제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한 우리 경제는 매력
있는 투자처로 부상하였다. 외국 자본의 입장에서 볼 때 우리나라만큼 반도체,철강,자동차 등 경쟁
력 있는 업종을 두루 갖춘 산업 포트폴리오를 가진 국가를 찾기란 쉽지 않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삼성전자,SK텔레콤,포스코와 같은 우량 기업 주식
의 대부분이 이미 외국인에 의해 장악되었다.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권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현
재 국내 8개 시중 은행 중 한미은행,제일은행,외환은행은 외국인 소유이고,국민은행,신한은행,하
나은행의 외국인 지분은 60∼70%에 달해 금융권은 사실상 외국인의 수중에 있다. 이렇게 달라진
사정 속에서 최근 일부 외국자본이 보여주고 있는 '먹튀' 행태를 놓고 비판의 여론이 높다. 투기적
인 외국 자본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국회에서도 투기성이 강한 외국 자본에 대
한 규제방안을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외국자본이라면 가리지 않고 상전 모시듯 떠받드는 일
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이처럼 외국자본의 폐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지방에서는 여전히 외국자
본 유치에 매달리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경제자유구역,국제자유도시 등 지역경제 회생을 위한 경
제특구 사업들이 외자 유치에 주안점을 두고 추진되고 있다. 경제특구에 들어오는 외국 기업에 대
해서는 부지임대료와 세금감면 등 각종 우대 조치를 제공하고 있다. 경제특구개발에 성공한 중국
이 최근에는 외국 기업에 대한 혜택을 줄이고 국내기업과의 동등 대우 원칙을 강조하는 쪽으로 정
책이 바뀌고 있는데도 말이다.

  동남권 경제자유구역 개발의 핵심 사업도 외자유치로 향하고 있다. 동남경제권은 항만물류 분야
와 자동차부품,조선기자재를 비롯한 제조업과 관광레저 분야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 아직은 초
기 단계이지만 향후 개발이 본격화된다면 외국기업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외
국기업 유치 실적 올리기에만 몰두한다면 '먹튀'와 '옥석'은 어떻게 가릴 것인가? 지금은 외자유
치 실적 쌓기에 더욱 분발하라고 말하기보다는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을 차별하지 않고 지역경제 회
생에 도움이 될 '옥석' 기업을 유치하라는 목소리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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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2005. 10. 28 일자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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