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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추격은 쉽지만 추월이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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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석준 작성일05-07-01 10:54 조회4,3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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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비젼] 추격은쉽지만 추월이 어려운 이유

                                          ** 임석준 [부산경실련 기획위원 :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

 
불과 15년 전만 해도 한국은 오늘날 중국이 그러하듯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었다. 1960년대 초
부터 시작된 경제개발은 조상이 대대로 운명처럼 받아들였던 가난과 배고픔으로부터 우리를 해방
시켰다. 앞서가는 나라들이 수백 년에 걸쳐 쌓아놓은 험난한 산업화 과정을 우리는 연평균 10%라
는 단거리 속도로 주파했다. 당시의 성장 추세를 감안했을 때 21세기 한국이 국제경쟁의 선두 그룹
에 속할 것이라는 예측은 결코 근거 없는 허황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마라톤 코스를 100m 단거리 속도로 뛰던 우리는 체력 저하로 외환위기를 맞고 말았다. 그
리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따라잡기와 앞지르기는 완전히 다른 게임임을 몸소 느꼈다. 추격
하기는 쉽지만 추월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술래잡기를 해 본 사람은 쫓는 술래가 도망가는 사람에 비해 훨씬 짧은 거리를 뛴다는 사실을 체험
했을 것이다. 도망가는 자는 우왕좌왕 지그재그로 뛰지만 쫓아가는 술래는 도망가는 자의 뒤만 따
라 직선코스로 뛸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발전은 국가들간의 달리기 경쟁에 해당하므로 술래잡기와 유사한 논리가 적용된다. 즉, 경제
발전에 있어서 후발국은 선진국이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한 다양한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자신의
실정에 맞게 취사 선택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렇기 때문에 늦게 출발하더라도 앞서 나간 자에
근접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추격과 추월의 관계는 곧 공부와 연구의 관계이다. 추격에 해당하는 공부는 이미 알려지고 표준화
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인데 비해, 추월에 해당하는 연구는 미지의 새로운 지식을 개척하고 창조하
는 과정이다. 공부는 선구자들이 쌓아 놓은 지식을 습득함으로써 스스로를 계몽하는 것이기 때문
에 우리는 공부를 통해서 즐거움을 느끼곤 한다. 공자도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기쁘지 아
니한가"라고 공부의 즐거움을 표현했다.

공부가 자기계몽의 즐거운 과정이라면 연구는 불확실한 세계로 여행하는 외롭고 험난한 과정이
다. 연구가 외롭고 험난한 이유는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도 성공에 대한 보장이 없기 때문이
다.

갈릴레이는 손수 망원경을 만들어 천체를 평생 관찰하였고, 다윈은 갈라파고스 군도에서 수없이
많은 동물을 비교하고 확인했다. 우리의 황우석 교수는 수만 번의 실패와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을 이겨내고 줄기세포를 이용한 배아복제에 성공했다. 천동설과 창조론이 당연시되던 사회에서 갈
릴레이의 지동설과 다윈의 진화론은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이었고, 이들은 목숨마저 위협받는 상황
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위대한 학자가 평생을 연구해 발표한 이론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수용되어 표준화된 지식으로 포장
되면, 그 연구는 공부의 대상으로 전환된다. 그리하여 갈릴레이와 다윈이 평생을 바쳐 이룬 연구
를 오늘날 초등학생들조차도 단 하루 만에 책으로 공부할 수 있는 것이다.

공부와 연구의 차이점을 이해하였다면 왜 추격하는 것은 쉽지만 추월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명
백해졌을 것이다. 해방 이후 우리는 선진국에서 몇 세기에 걸쳐 형성된 과학적 지식과 경험을 책
을 통해 습득하고 모방하는 것만으로도 중진국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공부만으로 중진국의
수준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를 추월하고, 앞에서 뛰는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공부를 연구로 전환하는 능력
을 배양해 
 
야 한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나라의 몇몇 대기업들이 특정 분야에서 다른 나라의 기업
을 모방하던 공부의 단계를 넘어 연구를 통해서 선도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이제 연구에 집중하는 문화가 기업과 대학 그리고 국가에 정착돼야 할 때다. 공부에 집중하는 자
는 지식의 수용자이자 추종자이지만, 연구하는 자는 지식의 생산자이자 앞서 가는 자이기 때문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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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05. 6. 9 일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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